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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과 남북 통신연락선의 복원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62호

코로나19 대유행 속의 도쿄올림픽 개막

지난 7월23일 개막된 도쿄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아 8월 8일 폐막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속에서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일본 국내외에서 의구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강행을 선택했다. 중지할 경우의 경제적 손실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중지를 결정할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 의무가 일본 정부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IOC와의 계약 상 일본에는 중지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IOC와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도쿄 3자간에 체결한 ‘개최도시계약’에 의거한 해석이다. IOC가 소재한 로잔이 스위스에 있기 때문에, 이 계약의 준거법은 스위스 민법이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스스로 중지를 결정할 경우, 원칙적으로 일본에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일본에 귀책사유를 묻기 어려운 불가항력의 사태인지 여부가 관건이 되는데, 1년 연장한 것이 일본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연장 실시를 결정한 것이 일본 정부이기에, 이에 대한 책임도 일본이 져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어 일본 정부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임 소재를 다투어 볼 생각도 없이 실시를 강행한 배경에서 스가 내각의 정치적 의도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본은 올림픽·패럴림픽 직후 자민당 총재선거와 중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취임 후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통해 내셔널리즘을 고양시켜 이를 지지세력 조직화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 미디어는 연일 일본 선수들의 선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는 유동인구의 증가를 가져와, 코로나19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올림픽 개막 이후 1주일이 지난 7월 29일 신규감염자는 만 명을 넘어서서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올림픽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었다. 국민들의 과반이 반대하는 올림픽이었다. 개막 직전인 7월 19일 발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55%의 일본 국민이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고 있었다. 우익적 논조로 아베 및 스가 내각에 우호적인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서도 올림픽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여, 기대감을 표시하는 사람보다 많았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Z세대 가운데 75%가 개최에 반대했다.

일본 경제계가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의 기업들은 소비 주체들의 마음을 읽어야 했다. 올림픽의 최대 광고주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이 올림픽 개회식 불참을 선언하고 TV광고에서 철수했다. NTT, NEC 등도 불참을 결정했고,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경제단체연합회 회장,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대표, 사쿠라다 겐고(桜田謙悟) 경제동우회 대표간사 등 경제3단체의 최고위직이 모두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 사회의 느슨한 인권 감수성이 드러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이미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올림픽이었다. 2015년 9월, 표절 의혹 속에서 도쿄올림픽 엠블럼을 철회한 것으로 시작해, 올림픽 4인방이 모두 불명예 퇴진했다. 2019년 3월,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JOC 회장이 올림픽 유치과정에서의 뇌물 제공 의혹으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올해 들어서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 모리 요시로(森喜朗), 개폐회식 연출 총괄감독 사사키 히로시(佐々木宏), 개회식 음악감독 오야마다 게이고(小山田圭吾) 등이 사임했다.

모두 여성 멸시 또는 비하 발언, 장애인 괴롭힘(이지메) 등의 인권 침해 행위가 문제가 되었다. 발언이나 행위 그 자체도 문제였지만, 미적거리다가 여론 질타에 밀려 마지못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임하는 과정은 더 문제였다. 올림픽에 대한 일본 국민의 냉담한 태도는 이러한 스캔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에 스캔들이 겹치면서, 올림픽 개막식 공연은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일본 천황의 개회사에서는 종래 ‘축하하며’로 번역되는 ‘celebrating’이 ‘기념하며’로 수정되었다.

자국민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올림픽’에 국제사회도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난감했다. 축하 사절이 100여 개 국가에 육박할 것이라며, 영빈관에서의 ‘마라톤 정상회의’를 상정했던 올림픽 외교는 겨우 10여 개 국가 또는 기구의 수장을 맞이하는 규모로 줄어들었다. 과거 베이징대회나 런던대회는 물론, 지카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40명 선에 불과했던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였다. ‘굳건한’ 미일동맹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대신 질 부인이 참석하는 데 그쳤고, 일본 왕실이 특별한 관계를 강조하는 영국 왕실도, 영국 올림픽위원회 총재이기도 한 앤 공주의 방일을 취소했다. 주요국 정상으로는 2024년 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무산된 문재인 대통령 방일과 한·일정상회담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개회식 참석과 한·일정상회담이 무산되었다. 올해 3국 정상회담의 주최국으로서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챙기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도 있지만, 일본의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면 방일을 포기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인 스스로가 축하하지 못하는 행사에 나서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오지랖 넓다고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아베 당시 총리의 평창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방일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6월 중순 경, 주로 일본 보수 언론을 통해서였다.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개막 열흘 전까지도 외무성 간부의 발언으로 흘러나오는 일본 측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한다면 본격적인 회담에 응할 수는 없지만 짧은 만남이면 가능하다는 수준이었다.

한편 악화된 대일 여론 속에서 문 대통령이 방일을 결정하자면 최소한 정식회담의 형식은 필요해 보였다. 더구나 아베 총리의 평창 방일에 대한 답방이라면 당연한 요구였다. 정식회담을 전제로 한다면 정치적 의제가 포함될 수 있고, 수출규제조치에서 일정한 성과가 담보되어야 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정상적 운영으로의 복귀를 요구했을 것이고, 이 정도는 우리 정부도 수용 가능한 선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올림픽 개막식을 앞뒤로 설정된 한·미·일 간의 실무 협상 일정을 고려하면, 이에 대해서는 미국의 압력 또는 양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그 이상을 요구했다. 과거사 문제에서 해답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스가 내각 출범 후부터 대일외교에서 적극성을 보이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관계 개선의 의지를 피력하면서 G7에서도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 다가서며 대화를 시도했다. 사전 조율을 통해 약식 회담이 약속되었으나, 결국 열리지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 일본 측 설명이었으나,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스가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정상회담을 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회의를 거부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양국 갈등 사안에 대해 한국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림픽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실시하는 대가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그 해법을 숙제로 제시하고 있었다면, 올림픽 외교를 정치로 활용했던 것은 일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을 공식으로 초청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스가 총리가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나 G7 정상들에게 올림픽 개최 지지를 호소하면서 개막식 참석을 확인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었던 데 비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尚) 주한 총괄공사의 문제 발언은 그 표현의 부적절함을 차치하고라도, 일본 정부가 한국 대통령 방문을 위해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내용이어서, 과연 올림픽 개최국의 이웃 국가에 대한 외교로서 적절한 것이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소마 공사의 발언은 대일외교에서 협상의 여지를 더욱 좁혀 놓아, 정상회담 무산의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평창 올림픽 당시 우리 정부는 올림픽 개막을 거의 두 달 앞선 시점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을 통해 아베 총리의 개막식 참석을 공식으로 요청했었다. 이에 아베 총리는 개막 2주일 전에야 방한 협의를 요청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환영한 바 있었다. 북한이 선수단을 파견하여, 평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던 평창 올림픽에 아베 총리가 참석하겠다면서 그 이유로 들었던 것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2015년 합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것,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 유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었다. 잔치 집에 주인과 싸우러 가겠다는 태도였다.

긴장감 속에 진행되던 회담은 결국 말미에 이르러 아베 총리가 올림픽 휴전에 따라 연기되었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올림픽 직후에 재개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이는 한국의 주권과 내정의 문제이며, 이를 아베 총리가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맞받으면서 회담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부 사이의 관계 악화의 기점이 되었다.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이 과거사 갈등 때문이 아니라 미래 갈등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찾아온 평화의 기회와 도쿄올림픽

올림픽에서 얽힌 매듭이라면 올림픽에서 푸는 것이 좋다. 올림픽이 존재하는 본래적 가치가 평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손님이었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정부는 주인이다.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올림픽 주최국 일본의 의무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올림픽’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이제라도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의 본래적 가치를 회복시켜야 한다.

마침 동북아시아에 평화의 기회가 다시 움터 나오고 있다. 남북 간의 합의로 지난 7월 27일 오전 10시부터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었다. 지난해 6월 남북 연락사무소가 폭파되어 모든 통신연락선이 끊긴 지 413일 만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조선중앙통신은 “북남수뇌들께서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하여 단절되어 있는 북남 통신연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복원 발표 하루 전인 26일, 이를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및 일본 정부에 알렸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정상회담이 무산된 상태에서도 우리 정부는 대북 문제를 역사 문제와 분리하여 한·미·일 3국 연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통신선 복원 다음날 북·중 우의탑을 직접 참배했고, 지난 7월 23일 시진핑 주석이 보낸 전문을 공개하여 중국의 지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첫 후속조치로 남북 간 비대면 회담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북측에 제안했으며, 지난해 9월 서해 상 공무원 피격 사건 이후 10개월 동안 중단되었던 대북 인도물자 반출 승인도 30일에 재개했다. 같은 날 서욱 국방장관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전화회담을 실시했다.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의 요청으로 실현되었다. 8월 16일부터 실시 예정인 한·미합동훈련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미간에도 간접적이지만, 서로를 의식한 발언들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인다. 세계의 이목이 도쿄올림픽에 집중되어 있을 때, 북한에서는 24일부터 27일까지 사상 첫 전군 지휘관 정치간부 강습회가 진행되었다. 김 위원장은 강습회에서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언급하고, “적대세력들이 광신적으로 집요한 각종 침략전쟁연습을 강화하며 우리 국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계속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현 상황은 긴장 격화의 악순환을 근원적으로 끝장내려는 우리 군대의 결심과 투지를 더욱 격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핵무력 강화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7일 진행된 전국 노병대회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핵 억제력에 대한 언급 없이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이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을 방문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발언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셔먼 부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표명하면서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남북한 대화 교류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대북 인내에 특정한 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통신연락선 복원에 대해 셔먼 부장관은 29일 ‘좋은 진전’으로 평가했다.

같은 날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지에는 빈센트 브룩스(Vincent Brooks) 전 미 육군장관과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공동명의로 “북한과 대규모 일괄타결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저자들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평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미국이 종래 대북 접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포위망의 일환으로 주장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그 내용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시야에 넣고 있는 내용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치르고자 한다면, 일본의 지근거리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들에 무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9년 12월, 제74회 유엔 총회에서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결의는 올림픽 개막 7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7일 후까지 세계의 모든 분쟁의 휴전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도 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채택되어 실시되었다. “우리가 16일 동안 평화를 누릴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평화를 누릴 수 있다(If we can have peace 16 days, then maybe, just maybe we can have it forever).” 국제올림픽휴전센터의 구호다.

지금이야말로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여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중단하고 평화에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평창의 봄에 찾아왔던 평화의 기운이 도쿄의 여름으로 이어지고, 도쿄의 여름에서 다시 베이징의 봄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평화재단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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