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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문화재단’ 더 이상 미뤄선 안 돼‘문화 분권’과 지역 문화재단의 역할 제대로 이해해야

시 집행부와 시의회 대립…지역문화정책 발전 가로막아

문화재단. 1990년 후반부터 우리나라 문화정책은 중앙집권화에서 ‘문화 분권’을 통한 지자체의 자율적인 ‘문화자치’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을 제도로 만들어 기초단위 문화재단의 필요성 및 설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 분권화는 ‘문화자치’로의 안정적·효과적 이행의 과정으로 정부문화정책의 권한이관 및 이행, 정부와 지자체의 수평적 업무협력체계 구축, 지자체간의 네트워크강화 등의 방식으로 지역문화정책의 구조를 재현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지역문화정책 추진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한 것이 문화재단이다.

지역문화재단은 독립된 전문기관의 성격을 확보함으로써 지역문화정책에 유연한 대처 및 민간 전문 인력을 통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문화 분권의 영향으로 지역성이 반영된 지역문화정책 수립 및 집행에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중추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일부 문화예술계 직접종사자들과 지역문화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일부 인사들은, 문화재단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행정적·사회적 인식의 부족함이 있으며,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에 의존되는 경향으로 인프라역량도 체계화되어 있지 못하다.

문화적 특성은 지역의 경쟁력이 되고, 새로운 글로벌문화를 만들어가는 토대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때문에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만들고 확산할 수 있는 문화생태계를 지역문화재단에서부터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인식을 같이할 필요가 있다.

순천시도 문화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시가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에 올렸으나, 의회가 생각하는 문화재단의 운영방식과 차이가 있어, 양측의 이견으로 인한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견의 핵심은 다름 아닌 문화재단 이사의 인적구성과 관련한 부분이다. 첫째, 시가 추천하는 이사는 4명인데 반해 시의회는 3명의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시와 시의회가 같은 4명의 동수로 추천하자는 주장이다. 시 집행부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상임이사 선출과 관련 시의 입장은 15명의 이사가 상임이사를 선출하자는 것인데 반해, 시의회는 상임이사 선출을 이사회가 하지 말고 별도로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임종기 의장은 “순천시의회가 주장하는 조건이 구비되면 당장이라도 의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순천시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따라 문화재단 설립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진다.

순천시는 시 집행부 입장을 그대로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집행부의 입장이 다소 축소되고 의회의 권한이 강화된다고 여겨지더라도, 문화재단 설립 필요성에 따라 시의회의 조건을 들어주더라도 문화재단을 만들 것인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앞으로 쏟아져 나올 수많은 문화정책들은 향후 일부 개인 또는 지자체가 나서서 정책공모에 지원하는 문이 좁아지게 되었다. 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한 많은 문화정책사업들이 모두 공모절차를 통해 용역, 선정, 발주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천시의 많은 문화예술인들도 이 지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한다. 과거처럼 동아리 또는 그룹별로 시에서 지원해주는 몇 백만 원 또는 몇 천만 원 단위의 행사 보조금을 받아 전시회 및 공연 등을 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제 그런 식의 보조금 지원 방식은 시민들도 싫어한다.

시민의 혈세로 지원했으나 막상 시민들은 그에 따른 문화적 혜택을 수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쉽게 말해 시민들은 “그들만의 행사와 그들만의 잔치에 나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정부차원에서 펼치는 다양한 문화사업들에 대한 공모에 대비, 이에 대한 전문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갖춰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펼칠 수 있는 좋은 사업들을 따올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치단체에서 지원 받던 몇 백만 원 또는 몇 천만 원의 보조금이 아닌 수억, 또는 수십억대의 공모사업에 선정,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능을 문화재단에서 하면 되는 것이다.

일부 시의원들이 지적하는 “시장의 측근 인사들 자리보전 위한 문화재단”이라는 저급한 인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정치적 공격성 지적은 제발 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수준 낮은 문화인식을 소유하고 있는 시의원이라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시 집행부 또한 진정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할 의지를 갖고 있다면, 시의회의 요구가 무리하다 하여 집행부의 입장만 강조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존심 싸움 따윈 하지 말기 바란다.

옛말에 ‘하려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자는 핑계만 찾는다’고 했다. 순천문화재단. 누가 진정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하려 하는지. 아니면 속은 싫으면서 말로만 하려하는지. 시 집행부와 시의회. 누가 시민을 속이려 하는지 이제 그 패를 보일 때다.

올해 안에 세울 내년 본 예산에 ‘순천문화재단’ 설립예산이 세워지지 않으면, 결국 내년 선거 후 최소 1년여의 공백 기간이 또 소요된다. ‘아시아생태문화중심 순천’ 말로만 그치는 슬로건이 되지 않길 바란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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