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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자성’ 장관의 공개경고가 최선이었을까?
2017년 8월 14일자 경향신문 1면 갈무리

14일 중앙일보, 경향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 상당수 주요 일간지들이 고개 숙인 대한민국 경찰지휘부의 모습을 1면에 게재했다.

이들 일간지가 다룬 내용은 13일 서울 마근동 경찰청사에서 김부겸 행자부장관이 경찰간부들과 함께 대국민사과를 하는 모습이다.

최근, 경찰 수뇌부 사이에서 벌어진 ‘민주화의 성지 게시글’ 논란과 관련해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하고 경찰지휘부를 소집, 함께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 장관은 논란의 당사자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에게 상호 간 비방·반론 중지를 지시했다.

그런데 장관이 긴급회의라는 명목으로 경찰 지휘부를 모이게 하여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인다하여 과연 갈등이 봉합될까? 그리고 굳이 국민 앞에서 언론의 플레시를 받아가면서 해야만 한가?

마치 말 안 듣는 초등학생을 어른이 훈계를 하는 모습으로 면박을 주듯 해야만 노출된 갈등이 봉합되고 화합을 할까? 그렇게 지휘부 전체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엄중한 경고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대놓고 행해야만 ‘경찰개혁’을 이룰 수 있을까?

행안부 장관은 경찰을 직접 지휘하는 주무부처 장관이다. 그렇다면 달리말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인 셈이다. 가장이 말 안 듣는 자식(경찰)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든지 훈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가장이 자기 자식을 집 밖으로 데리고 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내 자식이 이렇게 잘못을 하여 여러분 앞에 다시는 잘못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고 고개를 숙이게 한단 말인가.

정말 사랑하는 자식의 그릇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 동네방네 밖으로 소문내기 전에, 집 안에서 먼저 호된 질책과 함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고 앞으론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과 계도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계부라면 혹시 또 모르겠다. 남의 자식 잘못을 지적하고 광고함으로써 ‘내가 계부이지만 이렇게 남의자식일지라도 내 자식처럼 생각하여 잘못을 바로잡고자 부득이 이렇게 혼을 냅니다’라는 자기홍보를 할 수도 있겠다.

김 장관이 이처럼 전례 없이 경찰지휘부를 소집하여 대국민 사과를 직접 주도하고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에, 이철성 청장과 강인철 경찰학교장을 조용히 불러 내부에서 먼저 따끔한 질책과 엄중한 경고를 하여 더 이상 갈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심려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굳이 TV중계로까지 대국민사과의 모습을 보였어야만 경찰지휘부의 갈등이 가라앉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인지. 좀 더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청장과 경찰학교장의 이전투구 같은 갈등이 볼썽사납고 국민들에게 민망한 일이긴 하지만, 장관이라면 좀 더 전체 경찰들의 사기도 고려하여 내부적으로 치유하고 다독일 수는 없었는지.

혹시 김 장관은 ‘경찰개혁’ 이라는 막중한 대사를 두고 자기정치를 한 건 아닌지 의문도 든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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