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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모호해지는 안철수의 ‘새정치’와 국민의당 미래

오는 8월 27일 국민의당은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연다. 당 대표 후보에 안철수 전 공동대표, 이언주 의원, 정동영 의원, 천정배 전 공동대표 등 4명이 후보등록을 했다.

그런데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국민들로부터 좋은 의미에서 지대한 관심을 받기보다는,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로 내분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관심은 올라갔는데 갈수록 민심은 더 하락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정치입문 후 그가 일으킨 초기의 정치돌풍과 지난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포함 40석을 확보 단숨에 원내정당으로 진입한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특히 지난 총선 때 많은 정치평론가들과 중앙언론들이 ‘야권분열’로 예측할 때, 필자는 ‘야권분열’이 아닌 ‘분화’를 통해 안 전 대표가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지지를 보낸바 있다.

그러나 불과 1년여가 지난 올해 ‘문준용 취업특혜의혹 조작사건’으로 자신과 당의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이후 패배한 대선후보로서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더니 전당대회를 앞두고 돌연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섰다.

그런 안 전 대표가 실소를 금지 못하게 한 비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극중주의’다. 얼핏 들으면 마치 대단한 정치철학처럼 들린다. 하지만 쉽게 말해 ‘중도’를 말한 것뿐이다. 또한 난데없는 안중근 의사 ‘소환’은 국민들을 갸웃하게 만들었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안 전 대표가 어떤 정치철학을 가졌는지 도통 모르겠다. 1년 전 안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할 때 보냈던 지지는 소멸하고, 안 전 대표의 정치철학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며 안 전 대표의 ‘새 정치’에 회의를 갖게 한다.

더욱이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메시지를 발표할 때 자신의 정치철학(?)과 성향을 유독 유명인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당 탈당 당시엔 스티브잡스를 거론하며, ▲“스티브잡스가 애플 창업주였는데, 존 스컬리 대표한테 쫒겨났다. 그 다음은 스티브잡스의 몫인 거다.”고 했다. 무엇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 참 애매하였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샌더스 돌풍이 불자 ▲“샌더스의 분노의 주먹 사진을 보면서 참 우연이다 싶었다. 저도 대표수락 연설 때 싸우겠다고 외치면서 주먹을 쥐고 여러번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하면서 샌더스의 연설모습에 자신을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호남유세 때는 ▲“저도 혁신의 전쟁터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만들 자신이 있다. 그것이 김대중 정신이고, 호남정신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그러다가 프랑스 대선에서 신생 중도정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자 ▲“프랑스 국민들은 의석수보다 기득권정치 타파를 선택했다. 우리 대선에서도 국민들이 그 같은 대변혁을 만들어 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면서 ‘극중주의’를 주창했다.

이처럼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유명인들의 말이나 행동에 자신을 비유하거나, 해외에서 새롭게 뜨는 정당이나 정치가 나오면 그대로 인용하는 안철수 전 대표. 그러다보니 도대체 그의 정치철학이 과연 무엇인지? 정치성향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보다 더 높은 정당지지도를 받았고,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와 5% 이내 오차범위 양강구도까지 올랐던 안철수. 그러던 그가 당 대표 출마마저 거센 반대에 직면한 현재의 모습에서 본인 스스로 격세지감을 느끼겠지만, 국민들 또한 그의 정치철학과 성향이 무엇인지 와 닿지 않아 자꾸 멀어진다.

생각해보면 안 전 대표가 정치전면에 등장한 후 한국정치가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변화는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던 거대 양당정치가 무너지고 다당제가 등장했다. 국민들은 그만큼 다양한 정치적 선택지를 갖게 된 것이다.

그 효과가 문재인정부에서 유독 많이 발탁된 호남인사 들이다. 만약 지난 총선에서 호남이 국민의당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과거처럼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했었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지금이야 호남이 다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더 많이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까지 현재의 민주당 지지가 호남에서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때문에 민주당은 어렵게 되찾은 호남의 마음과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은 대선은 졌지만, 호남이 중심이 되고 국민들이 만들어준 ‘다당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다시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서 밑바닥부터 체질을 개선하고 지도부의 일대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그 중심에서 당을 만들었던 안철수라는 인물의 개혁이 필요한 시기라고 여겨진다. 자신이 한국정치의 바깥 틀을 잠시 바꾸었다는 작은 도취에 빠지지 말고 스스로 변화를 모색해야한다.

자신만이 구국의 길을 가고, 자신만이 많은 것을 바꿔낼 수 있고, 자신만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다는 착각과 오만에서부터 벗어나야, 당도 자신도 새로운 정치와 변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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