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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살벌한 전쟁을 ‘장미대선’ 이라고

“사랑한다고 수 천 번 말해도 ‘헤어지자’는 한마디에 끝나는 게 사랑이다.”-드라마 ‘궁’에서-

장미대선, 참으로 낭만적인 수식어다. 4월 17일 시작된 5.9 조기대선에 대해 중앙의 거의 모든 언론이 ‘장미대선’ 이라고 지칭한다. 얼마 전까진 ‘벚꽃대선’이라 부르기도 했었다. 

듣기에 참으로 감미롭고 낭만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런 낭만적인 단어적 유희에 ‘선거가 때론 낭만적이기도 하고, 때론 감미로울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거나 감흥에 젖어 들어선 안 된다.

정치판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상대를 곧 죽이기라도 할 것처럼 비난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너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살가워지기도 한다. 

이렇게 정치판은 엄밀하게 살벌하고 치열할 뿐만 아니라 부모형제‧자매간에도 자신들의 정치적 사상이나 철학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그리고 정치적 상황과 세력에 따라 ‘합종과 연횡’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거나 지켜낸다. 그걸 한 차원 높게 ‘정치는 생물이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의한바 있다. 

그런 정치판에 인문학적 낭만과 향기를 불어넣어 ‘장미대선’이라고 살벌함을 감춘다. 그렇게 말로 국민들을 현혹한다. 정치인들의 대표적인 수사적인 말이 “국민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이다. 

또한 눈앞에 놓인 권력이라는 먹잇감을 잡아채기 위해 “이번이 마지막이다. 떨어지면 정치를 은퇴하겠다”는 등의 말로 자신의 진정성과 간절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여 지지자들로 하여금 “그래 나의 한 표를 얻기 위해 마지막심정이라고 저렇게 간절하게 호소하는데”하는 측은지심 또는 감동을 유발하도록 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사랑한다고 수 천 번 말해도 ‘헤어지자’는 한마디에 끝나는 게 사랑이다.”처럼, 사랑도 끝날 때는 한마디면 되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달콤한 말들도 잘도 쏟아낸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그 뿐이다. 

그리고 그런 낭만과 감동이 때로는 진실을 은폐하기도 하니 속지 마시라. 오는 5.9 대선은 전직대통령이 측근에 놀아난 나머지 국정농단에 의한 범죄행위에 의해 탄핵을 당해 치러지는 조기대선이다. 

벚꽃은 이미 지고 없으며, 장미는 아직 개화가 되지 않았다. 5월 9일 설혹 장미가 핀다하여도 그건 조기대선을 치르는 지금 우리 국민들이 한가롭게 여유와 낭만 속에서 감상할 장미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조기대선을 세월호와 촛불을 가슴에 품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과, 왜 바로 구조하지 못했는지 등등 아직도 많은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세월호의 아픔과 참담함을 그대로 두고도, 잠시 손에 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면서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세력들에 대한 단죄는 아직도 다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번 대선을 임하는 마음의 자세를 견고하게 가지시라. 그럴듯한 말장난이나 잠시 착각 속에 빠져 순간의 선택을 실수하지 마시라. 내년이면 다시 벚꽃은 필 것이고 장미도 내년에 충분히 감상하시면 된다. 

이렇게 야박하게 말한다 하여 나를 너무 건조하다고 욕하지 마시라. 투명한 이슬 한 방울에도 잠시 상념에 젖기도 하고, 때론 한줄기 부는 바람이나 한 잎 낙엽에도 시상을 가다듬기도 하는, 사실 알고 보면 나도 꽤 낭만적인 사람이고 로맨티스트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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