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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안수의 수채로 만나는 남도풍광 12담양 -소쇄원의 댓잎소리 그리고 식영정 꽃그늘

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가의 글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수채화가로서 전라남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화가의 눈으로 기록한 수채화 작품집을 만들고자 합니다.

총 40화 분량의 그림 이야기를 연재하고 연재된 작품을 소재로 스토리북(작품집) 수채화집을 2016년 10월에 수채화 작품을 전시와 함께 선보이고 싶습니다. 프로젝트 완성을 통하여 많은 후원자들과 더 많은 애호가들과 함께 남도의 풍경을 향유하고 싶습니다.

   
 

담양

담양은 초등학교 시절 지명과 특산품을 함께 외웠던 탓으로 대나무를 이용한 죽공예품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기억되어 있다. 최근에도 죽녹원을 중심으로 세계 대나무 축제를 개최하였고 담양의 어느 기념품점에를 가도 대나무로 만든 죽부인, 대통밥그릇, 소쿠리, 석짝, 걸 바구니, 대자리 등 죽공예품이 주를 이룬다.

담양은 죽공예품과 더불어 누각과 정자, 메타세콰이어 거리, 관방제림, 슬로시티, 창평국밥, 떡갈비 등이 관광 상품화 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누정문화의 백미 소쇄원, 식영정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엮어가고자 한다.

오래된 돌담과 기와를 찾아

담양에는 소쇄원, 식영정, 면앙정, 송강정 등 가사문학의 산실인 누정이 많다. 누정이 많다는 것은 주변 풍광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래전부터 누정의 주인 사대부들이 기거하였음으로 생활습관을 비롯해 담양의 정신에는 유교적 사상이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슬로시티라 이름 붙여진 담양 창평 삼지내 마을은 옛 가옥, 돌담길이 잘 보존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도 누정문화, 즉, 유교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몇 년 전, 오래된 돌담과 기와를 찾아 삼지내 마을에 들렀을 때 낮은 담장 위로 호박 넝쿨이 잘 영글어 갈 수 있도록 마른 대나무 가지를 얹어 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대나무 가지 아래 호박잎과 고불거리는 호박순 그림자가 오래된 기와에 실루엣으로 투영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이러한 것들은 천천히 또, 느리게 걸어야만 눈에 들어오는 풍광들이다. .

또, 필자가 오래된 기와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창평 슬로시티와 멀지 않은 남면에 위치한 식영정과 소쇄원이다.

식영정은 송강 정철이 벼슬에서 물러나 기거하던 곳으로, 이곳에서 철 따라 변하는 풍경과 풍류객 김성원을 칭찬하여 지은 노래《성산별곡》을 비롯한 가사문학을 꽃 피웠던 곳이다.

   
▲ 나안수 作 A4, 식영정의 봄- 주변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은 돌계단을 따라 산허리 평평한 곳에 광주호를 앞에 두고 소나무, 배롱나무, 홍매나무와 성산별곡 시비가 주변에 있다. 식영정 아래쪽으로는 성산사, 부용정, 서하당이 있다. 정자 주변 나무들 사이로 흐르는 봄바람과 꽃향기는 천천히 걸어야 얻을 수 있는 여유로움에서 느낄 수 있다.

《성산별곡》에서 등장하는 성산은 담양 남면 지곡의 옛 이름으로 송강 정철이 유배되었을 때 이곳의 풍경과 그의 스승 김성원을 경모하여 지은 가사로 식영정에서 지었다고 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매화향기에 잠을 깨니
산 속의 은자는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울타리 밑 양지편에 오이씨를 뿌려두고
그림자를 벗삼아 함께하니 무릉도원,
여기가 바로 그곳이다.

   
▲ 나안수 作 A4, 식영정의 소견- 수백 년 되었을 같은 노송, 읊조렸던 가사노래, 그림자도 쉬어갔을 만큼 아름다운 주변 풍광, 은일자의 삶이 식영정의 단상이다.

감상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줄이야

필자는 한때 기와와 돌담의 매력에 빠져 그것을 그리는 일에 매달린 적이 있다. 어림잡아 3년은 될 듯싶다. 필자의 기와와 돌담 그림을 보고 어느 교수는 “수천 년 계속된 우주의 숨결, 그리고 풍화, 소멸을 향한 사물의 변화, 시들어버린 담쟁이 넝쿨이 감상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줄이야”이라고 평해 주었다. 그것은 돌담의 기와가 오랜 풍화를 거치면서 돌 꽃이 피고 뭉그러져 돌과 담의 색깔과 모양이 한가지로 잘 어우러지는데 걸렸던 시간에 시점을 고정시켰던 같다.

오래된 기와는 기계틀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손으로 빚었기 때문에 투박한 맛이 있고 세월을 보내면서 저절로 모가 사라지고 이끼가 끼고 돌 꽃이 피어 묵은 맛이 나기 때문에 화폭으로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기 시작했고 무던히도 그렸다. 아무튼 돌담과 기와에 천착한 탓에 많은 감상자들이 필자와 필자의 수채화 작품을 이야기 할 때는 이때 그렸던 작품들을 이야기 한다.

   
▲ 나안수 作 50F, 일우/一隅 - 필자의 대표작으로 2000년 세 번째 개인전을 통해 발표한 작품이다. 묵은 기와 돌담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다가 그림 속 풍경처럼 시선이 모퉁이를 돌아 담장에 머물렀을 때 담장 끝머리에 앉아 있던 박새 한마리가 포르르 회색빛 공간으로 사라짐을 보았다. 그 잔상이 지금도 남아 있을 만큼 강하였고 그림으로 옮겼다. 문득 만난 낯선 풍경에서 받았던 그 영감을 잊을 수 없어 16년이나 필자가 소장하고 있음을 스스로 감사하고 가슴 뿌듯하다.

소쇄원(瀟灑園)

소쇄원(瀟灑園)은 직역하자면 거친 비 비람이 불고 모이면서 흩어지는 곳이라 하겠지만 의역하면 사람이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 맑고 깨끗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양산보가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세상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의미를 담아 조성한 곳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 정원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다.

   
▲ 나안수 作 A4, 제월당 소견- 매표소를 지나 대숲 길을 따라가다 계곡 위 궨 돌로 받쳐진 오곡문을 지나면 소쇄원 정원의 맨 위에 있는 제월당을 만날 수 있다. 제월당은 ‘비 갠 뒤 하늘의 상괘한 달’이란 뜻을 품은 집으로 제월당 주변의 산수유 꽃의 향기와 대나무 숲에 일렁거리는 바람소리,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독서하던 곳이라고 한다.

담양의 누정을 다 찾아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사문학관, 식영정과 가까운 곳에 있는 환벽정을 찾았다. 수직으로 뻗은 돌계단을 올라 환벽정에 이르니 고매에서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노오란 산수유가 지나는 손님을 맞는다.

   
▲ 나안수 作 A4, 환벽정 소견

소쇄원의 사각거리는 댓잎소리를 귓속에 담고 담양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제13화는 보성 <다향으로 율포의 새벽을 깨우다>를 소개하겠습니다.

   
 
작가 나안수/ 1965년 전남 광양 출생, 원광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 한국수채화협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이사,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전남미술협회장, 개인전 8회 개최, 물 바람 기러기 수채화 연구소 운영, 순천시의원

나안수  naree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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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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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식 2016-03-28 06:45:08

    수채화가 너무나 좋습니다. 남도 각곳의 풍경을 정감잇게 담아서 수채화의 멋이 살아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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