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948억 공공미술프로젝트, ‘시각 공해’ 되지 않도록 해야
양준석 기자

2020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문화 분야의 뉴딜사업이다.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증진시키는 공공미술 취지가 반영됐다. 9월 들어 각 지자체마다 공모를 시작하여 10월에 구체화 되어가고 있다.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예술인 일자리 제공과 주민 문화향유 증진이라는 취지로 새로운 예술작업시도,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재정립 하고자 시작됐다. 예산규모는 948억(228개 지자체 별 각 4억 균등지원)원이다.

이 같은 정부의 문화뉴딜 사업을 계기로 전국의 많은 미술인들은 “예술가의 고단한 창작여정에 힘이 되길 바라며, 그 창작활동이 주민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각 지자체마다 뚜렷한 원칙이나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수도권의 한 광역 지자체는 ‘각 자치단체별 공모방법과 일정 그리고 조건 등이 모두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문화재단이 있는 지자체와 없는 지자체 경우, 해당 지역 예술단체를 상대로 공모를 하는가 하면, 언론을 통하거나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지하여 공모하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여기에 공모 조건 역시 지자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벽화사업’을 위주로 진행하는 곳도 있으며, ‘조형물’이나 ‘조각품’으로 진행하는 곳과 사진 또는 미술인들의 작품 전시 등 공모 방식도 다양하다.

지자체별로 4억 원의 예산을 가지고 4억을 통째 지원하는 1팀부터 1억씩 4팀을 공모하는 등 매우 다양하다. 이는 지역별 조건에 따라서 정하였다고 하기 보다는 각 지자체별로 각자의 편의성에 따른 것이라고 보여 지는 부분이다.

이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시선도 다양하다. 어떤 작가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사태로 만들어진 K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기존의 공공미술프로젝트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의 작가들은 “그동안 해왔던 공공미술프로젝트를 근간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마을꾸미기나 작품설치보다는 일자리창출에 우선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히 보아야 한다”고 이번 프로젝트를 진단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지자체는 ‘기획안의 부실로 응모했던 모든 팀이 탈락’하여, “지역 미술인을 위해 쓰도록 약속된 4억 원이라는 거액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이에 대해 일부 작가들은 “코로나19 라는 긴급한 시국에 급조된 것으로 수준 높은 기획을 만들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임을 감안하여, “공모조건에 ‘작가팀의 제안서 및 실행계획서는 심사위원과 자문단 의견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라는 단서가 있으므로 탈락을 시키기보다, 조건부선정이라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프로젝트 자체가 지역미술인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들도 많기에 나오는 말이다.

●작가 스스로 공익성과 정직성 가지고 임하길 당부
●미감 갖고 있는 국민들 많아 작품성 중시해야

한편에선 “미술인 스스로도 그 동안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해오며 지적받았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깊이 함으로, 공익적인 사업에 크게 기여하면서 자랑스러운 예술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는 자성적인 의견도 있다.

전남지역의 모 미술인은 “그동안 지자체가 집중했던 벽화사업으로 벽화바이러스에 중독되었다 할 정도로 눈살을 찌 뿌리게 하는 벽화도 많다”고 꼬집으며, “벽화사업을 벤치마킹하는 지자체가 분별없이 받아들이면서 감염됐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영구벽화와 이벤트성 벽화의 구분 없이 수성페인트로 번죽 하는 경우다”고 일갈하며, “넓은 면적을 단시간에 탈바꿈 시켜 시각적으로 쌈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값싼 페인트를 사용하기 때문인데 주문자들의 무지함이 많다”고 질타했다.

또한 “전문가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림의 평가기준이 모호하여 미술 전공자면 OK하는데 이는 전문가들은 비싸기 때문에 기피”하고, “약간의 기능적인 면이 가능하면 비전문가일지라도 도안(밑그림)을 토대로 옮기는 수준의 작업들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해야 하고, 이를 평가할 때 대학교수, 미술협회관계자, 작가, 시민들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쓴 소리도 서슴없이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재료의 다양화로 반영구적이며 시각적 화려함은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더러는 “오히려 경관이 시각 공해일수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자체가 발주하는 벽화사업일수록 특정인 중심의 발주로 인해 차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 스스로 기념비적인 벽화를 남긴다는 작가적 양심이 있어야”하며, “수성페인트를 자제하고 주변 경관을 고려하면서 잘못된 벽화는 과감하게 지우고 다시 새로운 기법 등을 통해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실상 많은 국민들이 미감을 갖고 있음을 직시해야함을 꼬집는 지적과 비판들이다. 지자체의 원칙이 없거나 부족한 시선도 문제지만 미술인으로서 작가의 자세나 작품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곱씹어 봐야하는 부분이다.

미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비중을 둔 이번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서로를 위한 상생의 선물이 창출되기를 바라는 목적임을 가벼이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작가들과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참여가 결합된 새로운 시도가 되길 바란다.

또한 공익적 미술이든 공공미술이든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창작의 기틀이 되고 시민들에게는 일상에서 예술의 향유가 되기를 기대한다.

4억 중 인건비에 해당하는 55%(2억2천만원)를 제외한 나머지 45%(1억8천만원)의 예산이면, 맘먹기에 따라 지자체에 정말 유의미한 멋진 예술작품 하나정도는 거뜬히 만들어 낼 수 있는 비용이다. 참여하는 작가들이 이 점을 명심하고 작품제작에 임하길 당부하는 마음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저작권자 © 시사21,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준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