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서갑원 폭로엔 ‘무대응’ vs 개인 억울함은 ‘쾅쾅’

정치인의 진정성은 무엇일까? 유권자는 어떤 판단을 해야 하나?

3월17일 오후 3시30분. 민주당 순천갑 선거구 전략공천을 받은 소병철 후보가 출마기자회견을 했다. 소 후보는 4차례나 연기한 기자회견인 만큼 회견문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쓴 듯 보였다.

소병철 후보가 서갑원 전 의원이 “이정현에게 줄을 댔다”고 폭로한 부분에 대해 “결단코 그런 일 없다”고 반박하면서 단상을 손바닥으로 쾅쾅 내리치고 있는 모습과(왼쪽), 해룡면이 찢겨 나간 부분을 막지 못한데 책임감을 느끼며 매우 송구하다며 큰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오른쪽)

자신의 고향인 해룡이 찢겨 나간 것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 해룡이 찢겨 나간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소회를 담았으며, 경쟁해오던 네 명의 예비후보들에게 위로의 말도 담았다. 딱 거기까지다.

자신의 개인적인 명예와 관련해선 단상을 손바닥으로 ‘쾅쾅’ 내리쳐가면서까지 흥분해 항변하며 부인하던 모습과, 고향이 찢겨 나가서 겪는 아픔을 표현하는 모습치곤 너무도 결이 다른 모습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민주당이 시민들로부터 뼈아픈 회초리를 맞은 점도 상기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를 했던 것처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자신의 지지로 이어줄 것도 호소했다.

검사시절 호남출신이여서 이유 없이 차별받은 것에 대한 소회도 말하면서, 자신이 청렴한 사람임을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집권당의 텃밭에 전략공천 된 후보가 출마기자회견에서 밝혀야할 지역발전에 대한 담대한 비전이나 최소한의 ‘공약’은 없었다.

공약을 말하기보단 ‘찢겨 나간 해룡면민 달래기’가 더 다급한 것이었을 수는 있다. 화난 민심에 읍소와 호소로 눈앞에 불을 끄는 것이 더 급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건 유권자와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많게는 수년 간, 적게는 수개월씩 치열하게 준비해 온 경선주자들을 배척한 가운데, 어느 날 뚝 낙하산 타고 내려와 단숨에 집권당 후보가 된 마당에, ‘공약’을 밝히지 않은 후보는 첨이다.

서갑원 전 의원은 불출마 선언하면서 “이정현 의원에게 줄을 대면서 선거운동 했던 사람”이라고 폭로했다. 민주당 텃밭인 순천에서 새누리당 당 대표를 지낸 이정현 의원의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이다.

평범한 일반인들의 상식적인 모습과 다른 반응에 ‘갸웃’
‘공약’은 없고, 사과와 호소, 청렴과 결백만을 강조한 알맹이 없는 회견

그야말로 서 전 의원은 소병철 후보에게 폭탄을 던진 것이다. 그런데 그에 대응하는 소 후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리송하다. “이정현 의원에게 줄을 댔다”는 표현에선 단상을 쾅쾅 내리쳐가면서 극도로 흥분하여 분노감을 표출하더니, 정작 그런 폭로를 한 당사자인 서 전 의원에겐 ‘무대응’ 하겠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엔 뭔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부분이다. 서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향해, 선거에선 어쩌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폭로를 했음에도 그에 대한 반응치곤 너무도 의외의 모습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을 음해하거나 없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꾸며 거짓을 말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소 후보는 서 전 의원의 폭로에, 자신을 ‘믿어달라며 흥분하여 단상을 쾅쾅 치면’서도, 폭로한 당사자에겐 ‘무대응’ 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청렴과 명예를 중시하고 살아온 사람치곤, 그 억울함을 덧씌운 이에게 뜻밖의 관대함이다.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너무도 대승적으로 화합과 통합을 생각하고 자신이 순천시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깊어서 인가?

그래서다. ‘줄을 댔다’는 단어가 주는 ‘비수’에 꽂혀 억울한 나머지,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단상을 쾅쾅 쳤음’에도, 상당수 많은 이들이 “왠지 변명에만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것 같아보였다”고 꼬집는다.

집권당 전략공천 후보가 시민들을 대신하여 만나는 첫 언론 기자회견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공약’은 있었어야 함에도, 국회가 저지른 일에 사과와 읍소, 그리고 자신을 믿어줄 것을 호소하며 자신의 청렴과 결백만을 강조한 알맹이 없는 회견이었다.

공약이 있긴 있었다. 그는 “국회에 들어가면 순천의 선거구를 반드시 원상회복하도록 모든 것을 다 바칠 각오”라면서, “선거법 개정안을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사전에 배포된 회견문 내용으로, 현장에서 배포된 기자회견문엔 없던 내용이다.

차라리 소 후보가 찢겨져 나간 자신의 고향 해룡면들의 아픔 때문에 단상을 쾅쾅 내리치고, 서 전 의원의 폭로에 대해선 “‘무대응’이 아닌 명예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서 전 의원을 상대로 법대로 풀겠다”고 했다면 훨씬 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자신의 고향이 한밤중에 국민들 몰래, 국회 여야3당 원내대표들 야합에 의해 찢겨 나난 순천시 해룡면. 합법적 분구로 국회의원 두석을 온전하게 갖게 될 것으로 기대감이 충만하던 전남 순천시민들이 후보들의 어떤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지 주목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저작권자 © 시사21,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준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