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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절경에 취하고, 자연 순응 깨치다염기자의 여행일기 - 중국 계림 양강사호를 여행하다

아침저녁 온종일 너무도 바빠
먼지 속에 잠시도 쉬지 못하네
청산에는 기쁠 일 많을 터이니
돌아가서 띠풀을 베어보련다

이는 33세 때 문과에 급제한 뒤 대사성, 이조판서, 병조판서, 예조판서, 우의정 등 주요관직을 두루 역임하다 74세에 은퇴하고 고향 예천으로 돌아간 정탁의 ‘전원으로 돌아가리’란 시다. 이 시처럼 남편은 퇴직 후, 계곡 물소리 깊은 지리산 자락이나 물살 유유한 섬진강변에 은거하고자 했다.

하지만 산자락마다 고급별장이 자리하고 인적 없는 산자락마저도 턱없이 오른 땅 값에 포기하고 땅 끝 마을 해남에 자리 잡은 지 한 달, 꿈꾸던 자연인은 아니지만 뒷마당 대숲 바람 소리와 흙냄새 풍기는 옛 집이라 푸근한 나날이었다.

▪해남에 거주하고 처음 하는 해외여행 중국 구이린!

중국에서 가장 신기하고 아름다운 산수 3곳이 장가계, 구채구, 계림이라는데 신정을 맞아 시댁 식구들과 함께 하는 3박 5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옛 문인들의 시와 그림을 연상시키는 산수화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계림으로 몇 해 전 다녀온 장가계 여행 때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중국 계림

지난 1월 2일 오전 10시에 집을 나서 목포-인천 경로를 거쳐 20시 30분 발 아시아나 항공에 몸을 싣고 광저우 서쪽에 위치한 계림으로 향했다.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른 4시간. 좌석 뒤 부착된 모니터로 비행기의 경로와 위치를 보여주는 에어쇼, ‘슈퍼맨이 돌아왔다’,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로 지루함을 달랬다. 저녁 11시 30분 구이린 공항 도착, 입국 수속을 마치고 현지 가이드 장승남이 안내하는 햄턴 바이힐튼호텔에 도착, 다음날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 첫날인 3일 여정은 계림의 용호공원, 양삭 세외도원, 서가재래시장, 인상유삼저쇼!

1104년 송대 문학가 및 서예가들이 산수가 뛰어난 계림에 오면 대용수 밑에서 배를 탔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나무 옆에 배 조각상을 만들고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는 교각을 만들어 호수를 관망하도록 조성된 곳인 용호공원! 입구로 들어서니 수령 1000년의 대용수가 두 팔 벌려 반기고 호수를 휘도는 교각 사이사이에 세워진 탑과 옛 사람들이 살았던 집들이 옛 사람들의 풍류적인 삶을 전했다. 그 풍광에 함께 온 남편 삼촌 고모 고모부도 모두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용호공원을 나와 양삭 세외도원으로 가는 길, 계수나무가 많아 계림이라 불리워진 것을 알리듯, 진분홍 빛 계수나무 꽃들이 잎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오는 이들을 반겼다. 그리고 유독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달리는 오토바이와 맞서는 바람을 막기 위한 옷 같은 덮개였다. 그것은 찬바람을 막기 위한 것으로 계림의 자연환경을 위해 현지인들은 대부분 밧데리로 가는 오토바이와 소형차를 이용한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서 미세먼지 운운하면서도 편리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이 안타까웠다.

중국 계림의 모습

▪俠岸數百步 中無雜樹 芳草鮮美 落英繽紛
양쪽 강을 끼고 수백 보의 거리에 온통 복숭아나무뿐이며 다른 잡목 하나도 없었다. 또한 향기로운 풀들이 싱싱하고 아름답게 자랐고 복숭아 꽃잎이 펄펄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있었다.(도연명의 시 도화원기의 일부)

첫날의 두 번째 여정인 세외공원은 우룡하遇龍河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테마공원으로 위의 시처럼 진나라 때 도연명이 지은 도화원기의 배경을 현지의 전원 풍경과 어울리게 조성된 공원이다.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가다보니 연분홍 도화꽃이 활짝 피어 있어 두 눈이 번쩍 뜨였는데 아쉽게도 인조여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소수민족의 이호 연주, 장족의 사냥 儛, 우리나라 도롱이처럼 생긴 짚으로 엮은 비옷 등 유유히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양강사호 소수 민족의 소소한 생활 모습과 세상 밖의 무릉도원이라는 산수화 같은 풍광으로 실망을 씻어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여정, 서가재래시장은 낮엔 소수민족이 만든 공산품을, 저녁엔 클럽을 운영하는 곳으로 중국의 명동이다. 처마의 등과 민속 옷에서 붉은 색을 선호하는 중국 사람들의 성향과 먹거리 가게에서 오리, 닭, 곤충을 즐겨 먹는 식생활 등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은둔하듯 산자락과 강줄기를 힘잡아 살면서 손수 물건을 만들어 살았던 소수민족의 솜씨를 접할 수 있는 기념품과 산지 귤과 애플 망고의 달콤함에 빠져들었다.

현지인의 주식이나 다름없는 쌀국수를 포함한 오리, 닭, 채소 등으로 구성된 회전요리로 석식을 먹었는데 뚝뚝 끊어지는 질감과 깊지 않은 국물이 입맛을 당기지 않았지만 야채 볶음과 생선요리 등 다른 요리는 입맛을 당겼다. 하지만 평소 향을 싫어하는 큰고모가 가져온 갓김치와 배추김치, 청양고추 장아찌로 자주 젓가락이 갔다.

▪마치 산수화 같은 풍광과, 장예모 감독의 쇼

식당을 나와 가장 기대되는 장예모 감독이 연출한 인상유삼저 쇼를 보러 가는 길. 아쉽게도 야외공연이 아닌 실내 공연장이라 실망이었다. 무대 뒤로 깔리는 조명이 계림산수를 방불케 하는 쇼로 인상유삼저보다 스케일은 작았지만, 쌀국수를 주식으로 먹게 된 사연이 담긴 쇼는 보는 이들을 만족시키기엔 충분하였다. 특히 공중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쌀국수나 공중을 나는 산적과 양탄자를 타고 내려온 여인, 곡예하듯 묘기를 선보이는 연인, 현란한 전통복장의 사람들이 추는 군무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였다. 실내공연을 보고 다시 계림 햄턴 바이힐튼호텔로 돌아와 다음 여정의 기대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계림여행 4일의 여정은 계림 요산, 용승 이강연 소수민족 풍경구, 용척제전, 용승온천으로 이어지는 여정으로 자못 기대되었다. 하지만 계림은 1월인데도 베트남 하롱베이처럼 초가을 날씨에로 미리 본 날씨 예보처럼 해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흐렸고 안개가 산허리마다 걸려 있어 선명한 자연경관은 볼 수 없었지만 마치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침 7시, 호텔식 조식을 먹고 계림 유일한 흙산으로 수려한 자연 풍광과 고대 릉묘군이 어우러진 요산으로 향했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여정인데 훈훈한 아래와 달리 올라갈수록 찬 기운이 돌았고 군데군데 예비 무덤이 파여 있어 음산한 기운마저 돌았다. 더구나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와 토장의 장소인 만큼 실감나는 음향이려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일행의 울음소리라는 것을 알고 모두 큰 웃음을 날렸다. 그러나 안개가 자욱해 도심과 산봉우리가 서로 어우러져 자아내는 풍광을 흐릿하게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요산을 내려와 3시간 30분 소요되는 양삭으로 이동, 배를 타고 유람하면서 요족, 묘족, 장족 등 소수 민족의 생활 모습을 연출해 보여주는 이강연 소수민족 풍경구를 둘러보았다. 강줄기 따라 만들어 놓은 데크에서 소수민족들이 전통복장을 하고 연주나 생활모습을 재현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강연 소수민족 풍경구를 둘러보고 나와 현지식당에서 버섯 샤브샤브 회전요리로 점심을 먹었다. 산이 많은 지역이라 야생 버섯을 기대했는데 흔한 버섯들이라 실망이었지만 생선, 야채, 유부무침, 잡채 등 함께 요리들이 입맛에 잘 맞아 일행들 젓가락이 요동을 쳤다.

점심을 먹고 잠깐의 여유가 있어 발 마사지로 피로를 푼 뒤 가장 기대되는 용의 등 모양을 닮은 계단식 논을 보기 위해 친탄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버스에 올랐다. 묘족 여인의 긴 머리처럼 늘어진 안개 띠가 길을 안내하고 그 길을 에두르는 정겨운 산봉우리들이 마치 오는 이를 정중하게 맞이하는 듯 우뚝 서 있었다.

▪계림, 36000여개의 신비하고 기이한 봉우리와 어우러지는 강과 호수

닭들이 자유롭게 다니고 다랑이 밭에 채소를 심고 있는 현지인의 모습이 70년대 우리나라의 오지마을을 보는 것 같았다. 천하의 비경을 안개가 품고 내어주지 않아 할 수 없이 터미널 입구 전광판 광고 비경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긴 여행으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용승온천인 파크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 호텔 석식을 먹고 온천을 찾았다.

용승온천은 주변 여러 산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 신수와 지하 1200에서 솟아오르는 평균 수온 60도의 천연 온천수로 노천탕이다. 온도와 성분에 따라 여러 노천탕이 자리하고 있어 45도가 적힌 탕으로 들어가니 너무 뜨거워 일행 모두 35도에서 38도가 적힌 탕으로 가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

여행 마지막 여정인 5일, 계림 이강유람, 관암동굴, 전신마사지, 양강사호유람으로 이어지는 여정으로 계림의 비경의 진수를 볼 수 있겠다는 설레임이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비와 안개로 내내 계림의 자연을 숨겨 두었던 하늘이 해를 내었다.

중국 거리의 풍경. 오토바이 한대에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함께 타고 이동하고 있다.

계림 풍경의 최고는 도심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36000여개의 신비하고 기이한 봉우리와 어우러지는 강과 호수의 유유히 흐르는 물살이다. 강줄기를 타고 가는 유람선 위에 올라 강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이강! 현세의 빠른 변화에 합류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는 소수민족의 융화된 삶이 전해졌다. 유유히 흐르는 물살에서 어머니 양수 같은 안온함을 깎아지른 절벽을 드러내는 웅장한 봉우리에서 근엄하면서도 듬직했던 아버지의 등을 연상하는 이강의 풍광은 계림 여행의 절정으로 계림에 가 보지 않으면 죽어서도 눈을 못 감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1시간의 이강유람 후 모노레일을 타고 모자를 엎어놓은 모습이라는 관암동굴로 향했다. 주변 밭들에서 첫날 먹었던 노란 귤이 조랑조랑 달린 나무들이 눈에 띄어 절로 침이 고였다. 다시 미니 열차를 타고 들어간 관암동굴은 무려 3억 년 전에 형성된 동굴로 무지개빛 조명을 받은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경연이라도 하는 듯 제 각각의 형태를 뽐내며 몽환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불을 끄고 연출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광과 용으로 승천하는 지네 이야기 또한 신비함 속으로 이끌었다.

관암동굴을 나와 여독을 풀기 위해 전신마사지를 받은 뒤 무한삼겹살 석식을 푸짐하게 먹고는 마지막 여정인 양강사호 야경유람을 하였다. 양강사호는 계림의 양강인(리강과 도화강)과 사호(목룡호, 계혹, 용호, 삼호)로 이루어진 인공호수다. 낮에 보는 풍경과 사뭇 다른 풍광이었다. 선착장 건너편 금탑과 은탑을 비롯해 강 주변의 건물들이 조명을 받아 마치 천상의 나라인양 황홀하고 사이사이 가마우지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은 지켜보는 우리 일행을 한층 들뜨게 했다.

1시간의 야경 유람을 마치고 구이린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3박 5일의 계림 여행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치며 전하는 것이 있었다. 장가계 여행에서 범할 수 없는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한없이 작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면 이번 계림은 환경오염으로 빚어진 온난화로 힘들어하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길은 주어진 자연을 보존하고 그 자연에 순응하는 것임을 전하였다.

염정금 기자 yeomseo@naver.com

시사21  webmaster@sisa2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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