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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천은사 ‘산적 통행료’, 상생협약 32년 갈등 종지부
구례 천은사 입구. 시사21 자료사진

전국 3대 명산 지리산. 그 지리산을 품고 있는 사찰 천은사. 명산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그동안 천은사 입장료 1600원을 내야 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1,600원은 그리 많지 않은 돈이지만, 천은사를 들리지 않더라도 ‘공원 문화유산지구 입장료’ 명목으로 돈을 징수했다.

오죽하면 등산객들이 ‘산적 통행료’라는 오명까지 붙였을까. 때문에 해마다 등산객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구례군은 관련 기관과 머리를 맞댔다.

사찰 입장료를 폐지하는 대신 천은사의 자력운영기반을 조성하는 협약을 맺고 32년 갈등을 해소했다.

노고단을 오르는 데는 전북 남원에서 육모정과 주천면을 지나는 길과, 구례읍에서 천은사 인근인 성삼재 주차장까지 가는 2가지 길이 있다.

천은사는 1987년부터 사찰 옆 도로를 지나는 등산객들에게 관람료(통행료)를 받았다.

1988년 지리산국립공원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방도 861호선이 개통되면서 노고단을 오가는 차량 통행도 늘었다.

천은사를 비롯한 많은 국립공원 내 사찰들은 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관람료를 받았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자 '문화재 관람료'라는 이름으로 요금을 따로 징수했는데 이후 관람료 징수가 부당하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주말이면 매표소 앞에서 등산객들이 "절을 관람하는 것이 아닌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며 사찰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구례군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도 민원이 줄을 이었고 2010년과 2015년에는 급기야 소송까지 제기됐다

총 179명이 천은사를 상대로 통행방해금지 청구소송을 내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도로 부지 일부가 사찰 소유라 해도 지방도로는 일반인의 교통을 위해 제공된 시설”이라며 민원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천은사 측은 법원판결 이후에는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로 이름을 바꿔 성인 1인 기준 1천600원을 계속 받았다.

그러다보니 법원 판결에도 매표소 민원은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등산객들은 남원에서 구불구불한 길을 통해 노고단을 갔다가 천은사 쪽 길로 하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불편한 등산을 하는 이유는 오직 천은사가 걷는 입장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찰 측은 “도로 일부가 사찰 소유 사유지임에도 국가에서 무단으로 도로를 개설한 뒤 매입하지도, 이용료를 내지도 않아 무작정 입장료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종사자 11명·승려 16명이 상주하고 있고 노고단까지 가는 도중에 있는 암자들도 관리해야 해 입장료 수익을 대체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전남도 관계자와 김순호 구례군수는 천은사와 본사인 화엄사 주지스님을 면담해 지역발전을 위한 합의점을 모색했다.

▲지리산 방문객들의 만족도 향상과 ▲천년고찰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환경부와 전남도, 구례군, 국립공원관리공단, 문화재청, 한국농어촌공사, 천은사, 화엄사 등 총 8개 기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8개 기관은 입장료를 폐지하고 대신 천은사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이견을 좁히고 올해 4월 말 협약을 맺었다.

협약식 직후 천은사는 공원문화유산지구 입장료(1천600원) 징수 매표소를 없앴다.

전남도는 사찰 소유 도로 매입방안을,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탐방로 정비 및 편의시설 개선사업을,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수 방안 등을 협의 중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천은사 협약은 상생 발전의 모델이 될 것이다”며 “천은사 편의시설을 개선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민 기자  agnus-h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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