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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 그냥 가져다 쓰지 마시길

순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인 나안수 의원이 지난 6일 제235회 순천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순천시립미술관’ 건립을 촉구했다. 나 의원은 수채화가로서 지방의회에 진출한 문화예술인이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전남도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나 의원의 역할을 통해 순천시 행정과 시 정책에 문화가 스며들기를 바라는 이가 적지 않다. 순천시 또한 ‘아시아생태수도’와 함께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어, 앞으로 문화의 다양한 모습들이 정책에 반영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나 의원은 최근 연이어 지역의 장르별 문화예술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이 간담회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이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이고, 예술인들이 정책적 접근을 어떻게 하는지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한다.

특히나 이번 순천시의회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순천시립미술관 건립’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동료미술인이자 지역사회 한 일원으로서 대단히 환영하는 바이다.

나안수 순천시의원의 활동들을 적극 지지하면서, 30년 넘은 화우(畵友)이자, 같은 미술인으로서 동료 문화예술인들이 한번쯤 겪었을법한 ‘재능기부’에 대한 단상을 말하고자 한다.

우리사회에 여러 장르 중에서 유독 예체능계열 사람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돈’ 얘기다. 자신의 재능을 사기위한 클라이언트에게 구체적으로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 합당한 가격(돈)을 달란 얘기를 잘 못한다. 또 어떤 이들은 청구자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 ‘재능기부’가 등장하면서, 예체능계열 사람들의 재능을 그냥 쉽게 가져다 쓰는 형태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그런 ‘재능기부’가 싫다.

재능기부라는 아이디어는 매우 훌륭하다. 금전적인 대가 없이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라니. 문화생산자가 소비자인 이 시대에 맞는 컨셉 일 수도 있다.

좋게 말하면 그 뜻은 참 괜찮다. ‘재능기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개인의 이익이나 기술개발에만 사용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형태. 즉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단체 또는 공공기관 등에 기부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뜻이 좋다고 ‘사회에 공헌’ 하는 것이니, ‘그냥 내 놓으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재능을 필요로 하는 쪽과 재능을 기부해야 하는 쪽의 생각이 확연하게 다를 때는 더욱 그렇다.

문제는 재능을 가진 당사자는 줄 생각도 없는데, 필요로 하는 측에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이쪽은 아직 기부할 맘도 없는데, 필요로 하는 측에서 자기들 멋대로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형태들 말이다.

‘나는 아직 줄 마음이 없는데, 내 것을 그냥 내 놓으라’는 것에는, ‘내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너는 당연히 공짜로 도와줘야지 않겠니?’ 라는 뻔뻔한 당연함이 깔려있다. 여기서 ‘나의 재능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돈을 얘기하면 속물로 취급하는 방식을 작동시킨다.

그러나 그 방식은 냉정하게 말해서 신종 노동착취다. 그걸 정당화하는 도구로 선의를 내세운다. ‘좋은 일 하는 데에 당신의 재능을 좀 기부해 달라’는 것을, 한마디로 매몰차게 거절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재능기부를 함부로 쉽게 요구하는 것이 싫다. 왜냐면 재능은 기부해선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부하고 싶다면 차라리 재능을 기부하지 말고, 재능으로 번 돈을 적절한 곳에 잘 기부하는 편이 좋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격은 곧 가치와 직결된다.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가격이 없다면 무가치해진다. 뛰어난 재능에 가격을 매기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러면 그 재능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잃는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짜로 공연한다면? 공짜공연을 돈 주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그 공연의 가치는 누가 가져가게 되는 것일까. 공연을 위한 준비부터 끝나기까지 모든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은 누가 지불할 것인가?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더 재능을 기부해선 안 된다. 그래야 시장의 질서가 바로잡힌다. 이걸 가볍게 여기고 선의란 표현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 자신의 직무관련 지식과 실력은 가격이 있는 상품이다.

친분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정당한 값을 받고 일하는 건 프로로서 당연한 일이다. ‘재능기부’는 결국 재능을 희사한 이들의 ‘자기인건비’를 기부하는 건데. 그걸 너무도 당연시 하는 모습. 그건 ‘착취’다.

재능을 기부하는 쪽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아주 ‘보람찬’ 일이 아니라면, 재능을 기부하는 쪽에서 정말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재능을 함부로 ‘기부’ 받으려 요구하지 말고, 그냥 가져다 쓸 생각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

재능은 ‘선의’ 또는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냥 가져다 쓸 수 있는 그렇게 가볍거나 하찮은 것이 결코 아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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