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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경 시인 「사랑옵다」시집 발간
황희경 시인

결실의 계절 9월이다. 이제 뿌린 씨들이 싹을 내고 꽃을 피워 키워낸 열매를 거둬야 할 때. 그래서일까?

노란우체부 카카오톡으로 시집 발간, 북 콘서트, 음악회, 그림전시회, 사진전시회 등 각종 문화계 소식이 전해진다. 개인, 단체 등 여러 문화 소식들로 단톡 방은 마치 가을 들녘처럼 풍요롭다.

이 중 유독 눈에 띄는 결실은 돌아오는 9월 20일 출판 기념식을 앞두고 있는 순천 지송회 회원 황희경 시인의 「사랑옵다」시집 발간소식이다.

순천 지송회는 허형만 원로 시인의 뜻을 이어 시인으로서 늘 겸손하고 낮은 곳을 향하는 마음으로, 사람과의 만남에서 우러난 진정한 시 쓰기와 자연이 일깨운 햇살 같은 말간 시 쓰기를 위해 결성된 등단 시인들의 모임이다.

진분홍, 연분홍 바탕에 까만 글씨로 또렷하게 새겨진「사랑옵다」시집은 마치 첫사랑 편지처럼 마음을 설레게 하는 포근함이 전해진다.

하지만 그 책갈피를 넘겨가며 만난 시들은 통증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한 줄 쓰고 화해하기 위해 또 한 줄을 썼다는 시인의 말처럼 시마다 내재된 깊은 사연들이 절절하게 전해진다.

지난 2016년 계간지「인간과 문학」 여름 호로 등단한 황시인이 등단 소감에서 밝혔듯 자신의 시 쓰기는 아픈 나비(갑상선 저하증)를 치유하는 일이라며 나비가 불러 준 시어들을 받아 적을 때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런 시인의 시들을 보면 놀라운 점을 엿볼 수 있다. 바로 가난한 시절의 곡절한 삶과 현 전원생활에서 새로이 발견한 삶의 메시지를 자신만의 시의 형상화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 개의 꽃잎
네게 조심히 눈빛을 보낸다
노랑을 말할 때 너를 두고 한 말 같아
샛노랑보다는 노랑의 네가 다정스럽더라
낮은 자세로 한 시절 피었다 시들면 그뿐
네 이름을 모르니 궁금하구나
다시 올 때는 아름 하나 가지고 오렴

이는 「사랑옵다」시의 전문으로 위의 시에서도 알 수 있듯 시각적 색채 이미지로 자신의 내면의 인식들을 형상화 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리듬이 필요해」는 시의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의 생명적인 운율을 제시하는 놀라운 감각이미지가 보인다.

그냥 바라보는 감각을 넘어 그들의 생명성까지 엿보고 있는 황 시인의 오관은 언제나 곧추 서 있다. 그래서 올 때는 이름하나 가지고 오라하고 소음 같은 못 박는 소리를 타악기의 리듬으로 이해하는 배려와 포용하는 우리네 넉넉한 인심까지 끌어낸 것이다.

슬픔도 오래 가두면 달디단 이슬이 될까
감정에 따라 색을 달리 쓰던 꽃을 버리기로 했다
실종 5년 만에 뼛조각 몇 개 찾은 오빠는 고운 색을
애써 외면하고 하얀 색을 취했다 부러 목숨을 버린
오빠의 하얀 꽃상여는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나는
죄인처럼 숙인 고개 한 동안 들지 못하고 한낮인데도
눈 시린 적막은 그늘 자리처럼 어두워져 갔다

- 시「수국」부분-

위의「수국」시 외에도「눈물」,「동백꽃」시를 통해 알 수 있듯 가슴에 묻어둔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연을 실타래 풀어놓 듯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가난한 시절의 고통과 슬픔에 안주하지 않고 리얼리트하게 눈물, 돔박, 곡소리로 인내하는 삶으로 형상화한 시들은 동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공감대가 형성되어서일까 명치가 저리듯 아프고 마음까지 먹먹해지며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은 듯 아련하게 시인의 생애가 전해진다.

유한근 평론가는 이런 황희경 시를 적멸과 적막의 시학이라 평하고 있다.

슬픔을 오래 가두면 달디 단 이슬이 된다 와 한낮인데도 눈 시린 적막은 그늘 자리처럼 어두워져 갔다는 표현에서 승화한 상상력의 초월 적 혜안인 불교적 정서까지 전해져 내 안의 곪은 것도 풀지 못하면서 세상을 질타하던 내 모순의 시에 일침을 놓는다. 아마도 황시인의 「사랑옵다」를 접하는 사람들마다 잊고 산 고향을 더듬어 가는 행복한 상상과 그 안에서 바라보는 인연들에 대한 추억으로 눈가가 촉촉해지리라 여기며 「가을」시를 사진으로 올린다. 이 가을 우리도 황 시인처럼 특별한 가을을 품어보노라면 아. 가을 탄성이 터지는 풍성한 가을이 될 것 같아서이다.

염정금 기자  yeom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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